HD600의 업그레이드 버전? HEDDphone D1 드디어 구매했다, 언박싱!

파란 조명 배경에 떠 있는 검은색 HEDDphone D1 오버이어 헤드폰과 노란색 'Unboxing!' 손글씨

작업용 헤드폰에 대한 고민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메인 작업용 헤드폰으로 젠하이저(Sennheiser)의 HD600을 사용한지도 벌써 10년이다.
사운드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HD600은 그야말로 ‘클래식’이다.
수십 년째 전문가와 오디오 매니아들에게 레퍼런스로 통하는 모델이며, 나 역시도 이 헤드폰의 특성에 완전히 익숙해져 버린 터라 가끔은 스피커 모니터링 없이 HD600으로만 작업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익숙함’ 이라는 것은 때로는 발전의 적이 되기도 한다. 더 좋은 모니터링 환경을 갖추는 것이 곧 더 좋은 사운드를 제작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올해 초부터 슬슬 모니터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특히 최근 들어 헤드폰으로 작업하는 빈도가 늘어났고, Dolby Atmos 작업도 시작하면서 더 넓은 음장과 디테일한 표현력을 가진 모니터링 헤드폰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작업용 헤드폰 업그레이드 해보자!’ 마음먹고 본격적인 탐색을 시작했다.

HEDD 브랜드에 대한 오랜 관심

https://hedd.audio

베를린에 본사를 둔 HEDD는 Adam Audio를 창업한 Klaus Heinz가 그의 아들과 함께 설립한 회사다. Klaus Heinz는 AMT(Air Motion Transformer) 기술의 발명가인 Oskar Heil 박사의 지도를 받았고, Adam Audio를 공동 창업한 뒤 독립해 아들 Frederick Knop과 함께 HEDD를 설립했다.
현재 스튜디오 모니터 시장에서 HEDD의 위상은 확고하며, 그 핵심에는 바로 AMT, 즉 ‘폴디드 리본’ 트위터 기술이 있다.

그 중에서도 HEDD가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은 단연 ‘HEDDphone One’의 등장이었을 것이다. HEDDphone One은 세계 최초로 AMT 드라이버를 전체 오디오 대역폭에 걸쳐 적용한 헤드폰이었다.
일반적으로 AMT 드라이버는 2kHz 이상의 고역대만 담당하도록 설계되지만, HEDD는 이것을 풀레인지로 구동할 수 있게 만들어냈다. 기술적인 도전이었던 만큼 크기와 무게가 상당했고 가격도 비쌌지만, 실제 유저들의 후기는 한결같이 극찬 일색이었다.
뒤이어 2023년 출시된 HEDDphone Two와 Two GT 역시 레퍼런스 모니터링 헤드폰의 ‘끝판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HEDDphone One이 출시되었을 때부터 무척이나 사용해보고 싶었지만, 언제나 발목을 잡은 건 가격이었다. 지금은 단종되었지만 HEDDphone One의 한국 출시가는 200만 원 중후반대였고, HEDDphone Two GT는 현재 환율의 영향으로 400만원에 육박한다. 사운드를 위한 투자라 할지라도 선뜻 지갑을 열기엔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다.

그러던 2025년 말, HEDD가 새로운 헤드폰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HEDDphone D1이었다.
기존 HEDDphone 시리즈와 가장 큰 차이점은 드라이버 방식의 변화였다. AMT 드라이버 대신 무빙 코일(Moving Coil)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채택하면서 폼팩터는 훨씬 컴팩트해졌고 가격도 크게 낮아졌다.

↗️ HEDD Audio – HEDDphone D1 공식 홈페이지

HEDDphone D1

D1의 핵심은 스웨덴 Composite Sound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TPCD(Thin-Ply Carbon Diaphragm), 초박막 탄소섬유 다이어프램이다. 이 소재는 포뮬러 1 레이싱카와 NASA의 화성 헬리콥터에도 사용되는 첨단 소재로, 헤드폰 드라이버에 적용된 것은 D1이 세계 최초다. HEDD가 단순히 보급형 라인업을 내놓은 게 아니라, 전혀 다른 기술적 접근법으로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는 의미다.

HEDDphone D1의 핵심 기술 : TPCD

https://hedd.audio/products/heddphone-d1

HEDDphone D1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TPCD 기술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Composite Sound는 자동차 및 항공우주 산업에 탄소섬유 구조물을 공급하는 Oxeon의 자회사로, 일반적인 실(Yarn) 기반 탄소섬유가 아닌 극도로 얇은 탄소 ‘테이프’를 직조해 소재를 만든다. 그 결과 기존 탄소섬유 대비 강성은 높고 무게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더 중요한 것은 제작 과정에서 소재의 두께와 강성을 매우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드라이버 제조에서는 콘을 먼저 만든 뒤 특정 공진을 억제하기 위해 댐핑 소재를 추가한다. 이 과정에서 질량이 늘어나고 진동 속도가 떨어진다. 반면 TPCD는 다이어프램 자체의 소재 특성을 제어해 필요한 댐핑을 구현하므로, 추가적인 질량 증가 없이 원하는 모달 동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 Composite Sound는 이를 ‘메타모달’ 소재라고 부른다. 주파수 응답의 선형성, 개선된 피스톤 운동, 이동 질량 최적화가 모두 이 설계 철학에서 비롯된다.

“다이어프램 수준의 전통적 댐핑이 불필요해져, 더 빠르고 깨끗하며 정확한 성능을 구현합니다. — HEDD Audio

한 가지 주목할 점은, HEDD가 이 기술을 완전히 아웃소싱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TPCD 다이어프램은 Composite Sound와의 협업으로 제작되지만, 드라이버의 나머지 파트와 헤드폰 전체 구조는 베를린 자사 공장에서 직접 제작된다. 외부 기술을 유연하게 수용하되 핵심 제조 역량은 내재화하는, 독일 엔지니어링 브랜드다운 접근 방식이다.

https://hedd.audio/products/heddphone-d1

주요 특징

  • 레조넌스 제어를 위해 엔지니어링된 초박막 탄소섬유 다이어프램(TPCD) 탑재
  • 초고속의 깨끗한 트랜지언트 응답
  • 정밀성, 속도, 음색 밸런스에 최적화된 커스텀 다이나믹 드라이버
  • 오픈백 오버이어 설계 – 자연스러운 개방감과 넓은 음장 구현
  • 광범위한 소스 기기 호환성, 프리미엄 앰프와의 조합에서 더욱 탁월한 성능
  • 초경량 다이어프램으로 장시간 청취에도 피로감이 없는 편안한 착용감
  • 3.5mm 모노 커넥터 x 2, 6.35mm 어댑터, 텍스타일 커버드 탈착식 프리미엄 케이블 포함
  • 커스텀 캐리 케이스 제공
  • Made in Germany
  • 등록 후 5년 품질 보증

세부 스펙

  • 디자인 : 오픈백 오버이어 헤드폰
  • 드라이버 : 다이나믹 / 초박막 탄소섬유 다이어프램(TPCD) 적용
  • 주파수 응답 : 5Hz – 40kHz
  • 최대 음압 레벨 : 100dB @ 1mW
  • 임피던스 : 32Ω
  • 이어패드 : Perforated Velour
  • 케이블 : TRS 3.5mm 텍스타일 커버드 프리미엄 케이블, 길이 2m / 6.35mm 어댑터 포함
  • 입력 : 2 x 3.5mm
  • 무게 : 350g (본체 기준)

스펙 수치만 놓고 보면 기존 HEDDphone 시리즈보다 훨씬 소비자 친화적이다. HEDDphone Two가 41Ω / 89dB 였던 것에 비해, HEDDphone D1은 32Ω / 100dB로 감도가 높고 임피던스가 낮아 오디오 인터페이스 직결이나 모바일 기기에서도 충분한 볼륨을 확보할 수 있다. 하이엔드 헤드폰 앰프가 없어도 진입 장벽이 낮다는 뜻이다. 물론 프리미엄 앰프와 조합하면 성능이 더욱 확장된다는 점도 명시되어 있다.

드디어 도착한 박스, 언박싱!

주문한 지 이틀만에 두 개의 박스가 도착했다.
HEDDphone D1 헤드폰 본체와 옵션으로 같이 주문한 HEDDphone D1 Upgrade Cable 이다.

헤드폰을 주문할 때 처음부터 업그레이드 케이블을 같이 담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Producer DK를 포함해 먼저 사용해본 유튜버들과 리뷰어들이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얘기했던 것이 바로 기본 제공 케이블인 언밸런스드 TRS 케이블 대신 밸런스드 4.4mm 케이블을 사용할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는 것이었다.
HEDDphone D1이 밸런스드 연결 환경에서 더 본연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헤드폰 인터페이스에 밸런스드 출력이 갖춰진 환경이라면, 처음부터 업그레이드를 구매하는 쪽이 현명하다는 판단이었다.

가격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기어라운지(Gearlounge) 기준 HEDDphone D1의 정가는 1,398,000원이다. 여기에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Upgrade Cable을 정가 기준으로 함께 구매하면 두 제품의 합산 금액이 거의 200만원에 육박한다. 작업용 헤드폰이라 하더라도 선뜻 손이 가는 가격대는 아니다.
하지만 다행히 Producer DK의 공동구매를 통해 정가 대비 상당히 합리적인 금액에 두 제품을 모두 구매할 수 있었다. (현재는 공동구매 물량이 모두 소진되어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HEDD Audio 특유의 절제된 감각이 그대로 담긴 제품 패키지. 요란한 그래픽이나 대문짝만한 마케팅 문구 없이 군더더기를 없앤 깔끔한 박스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박스를 열면 커스텀 케이스가 먼저 보이고, 그 안에 헤드폰 본체와 기본 케이블이 들어있다. 구성품은 다음과 같다.

  • HEDDphone D1 헤드폰 본체
  • TRS 3.5mm 텍스타일 커버드 케이블 (언밸런스드, L/R 분리형)
  • 6.35mm 어댑터
  • 커스텀 캐리 케이스

케이블을 연결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케이블 끝단에 각각 L과 R이 표기되어 있어 본체의 L/R을 반드시 맞춰 꽂아야 한다. 일부 헤드폰처럼 어느 쪽에 꽂아도 채널이 자동으로 할당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 연결할 때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헤드밴드 안쪽에도 L/R 표기가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함께 도착한 HEDDphone D1 Upgrade Cable 박스도 바로 열어봤다. 헤드폰 본체와 마찬가지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패키징이다. 박스를 열어보면 기본 케이블과의 차이가 바로 느껴진다. L/R이 확실하게 구분되도록 블랙과 실버 색상 각각 다르게 해놓은 디테일, 비슷한 텍스타일 커버드 케이블이지만 정교하게 교차되어 있어 두께감과 빌드 퀄리티가 한 급 위라는 인상을 준다.

밸런스드 연결 방식은 동일한 신호를 위상 반전시켜 두 경로로 전송한 뒤, 수신 측에서 다시 합산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두 경로에 공통으로 유입된 외부 노이즈가 상쇄되는 CMRR(Common Mode Rejection Ratio) 효과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신호 대 잡음비(SNR)가 개선되고, 긴 케이블 연결이나 노이즈가 많은 환경에서도 보다 깨끗한 신호 전달이 가능하다. 스튜디오 작업 환경처럼 정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이 차이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드러난다. (HEDDphone D1 및 Upgrade Cable 청음 후기는 다음 글에서 자세하게 설명해보겠다.)

헤드폰을 케이스에서 꺼내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첫 느낌은 예상보다 묵직하다는 것이었다. 공식 스펙 상 350g으로 HD600 (약 260g) 보다 무거운 편이다. HD600이 가벼운 편에 속하는 헤드폰이기도 하고, HEDDphone One을 처음 써봤을 때의 그 무거움에 비하면 이정도는 별 문제 없을 것 같은 느낌?
기존에 10년 동안 사용했던 HD600과 비교하니 HEDDphone D1의 금속 소재, 벨루어 헤드밴드와 이어패드의 감촉이 확실히 한 단계 위의 체급임을 보여준다.

헤드밴드의 금속 슬라이더의 마감도 인상적이었다. 딸깍딸깍하는 명확한 클릭감으로 단계가 고정되고, 흔들림이나 유격이 전혀 없었다. 크기 조절 범위도 상당히 넓어서 머리가 큰 사람들도 전혀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어컵의 회전과 각도 조절도 매끄럽다. 움직임이 너무 가볍지도, 너무 뻑뻑하지도 않게 조율되어 있다. 헤드밴드 상단과 이어패드는 모두 타공 처리된 통기성 벨루어 소재로 마감되어 있다. 촉감이 부드럽고 장시간 착용을 고려한 설계가 느껴진다.

디자인적으로 봤을 때 철저하게 기능 중심이다. 불필요한 장식 없이 깔끔한 마감, 전체적인 색감도 과하지 않게 되어있다. 어떻게 보면 튀지 않고 무난한 디자인이라 정가 기준 약 140만원의 가격임을 생각하면 너무 평범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HD600을 10년 동안 써온 사람의 입장에서(리뉴얼 되기 전 일명 대리석 패턴 같은 HD600…) 이정도면 완전 훌륭한 디자인이지 않나 싶은 느낌이었다. 스튜디오에 있든 일반 가정집에 있든 전혀 어색하지 않고 전문가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그런 고급스럽고 진중한 디자인.

HEDDphone D1은 HD600의 업그레이드 버전?

해외 오디오 커뮤니티와 리뷰 채널들 사이에서는 HEDDphone D1을 두고 ‘HD600의 진정한 업그레이드’ 라는 평가가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 Headphones.com 등 주요 리뷰 매체들과 유튜브 채널들이 공통적으로 짚는 포인트는 비슷하다. HEDDphone D1의 음색은 HD600이 오랫동안 쌓아온 자연스러운 음색과 미드레인지의 강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역대의 선명도와 저역대의 타이트함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특히 Audiomatome의 리뷰는 ’30년 신화의 끝? HD600의 후계자’ 라는 제목을 사용하면서, 30년 넘게 레퍼런스 자리의 왕좌를 지켜온 HD600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뷰어들의 말이 곧 정답은 아니다. Gearlounge 기준 정가 1,398,000원이라는 가격의 벽이 있기 때문에 HD600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사운드의 음색도 자신의 귀로 직접 확인하고 본인의 스타일에 맞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 작업 환경에서 HEDDphone D1을 사용하며 느낀 솔직한 실사용기와 사운드 테스트 결과, 그리고 HD600과의 정밀 비교분석을 공유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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